
아이쿱 조재형 대표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내분비내과 교수이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을 창업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사진제공: 아이쿱)
“의사는 환자를 위해 존재하지만, 때로 의사의 관성이 환자에게 고통이 되기도 합니다. 당뇨병 환자가 입원했을 때 하루 4번, 많게는 7~8번씩 손가락 끝을 찌르는 채혈이 과연 21세기에도 당연한 진료 프로세스일까요? 저는 그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최근 가톨릭대 성의교정 옴니버스파크에 위치한 아이쿱(iKooB) 본사에서 만난 조재형 대표와 청년의사와 인터뷰는 이같은 ‘진료 현장’의 화두로 시작됐다.
아이쿱은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인 조 대표가 진료 현장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다. 의사가 중심이 되는 ‘헬스케어 운영체제(OS)’ 구축을 목표로, 단순히 편리한 도구를 만드는 것을 넘어 흩어진 임상 데이터를 국제 표준에 맞춰 통합하고 이를 다시 의사의 진료권 강화와 환자의 예후 개선으로 연결하는 플랫폼 생태계를 지향한다.
이러한 아이쿱이 지난해 선보인 ‘랩커넥트 CGM LiVE’는 연속혈당측정기(CGM) 연동 시스템으로 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는 단순한 모니터링 앱이 아니다. 병동 내 혈당 관리의 패러다임을 ‘점(Spot)’에서 ‘선(Line)’으로, 나아가 실시간 ‘면(Surface)’의 영역으로 확장한 임상 솔루션이다.
“NO BLOOD, JUST DATA”… 수기 기록 시대의 종말
기존 병동의 당뇨병 환자 관리는 철저히 ‘인력’에 의존해 왔다. 간호사는 정해진 시간에 환자를 찾아가 채혈하고, 수치를 차트에 적고, 이를 다시 EMR(전자의무기록)에 입력한다. 조 대표는 이 과정을 ‘데이터의 휘발과 증발’이라고 표현했다.
“랩커넥트 CGM LiVE는 환자의 몸에 부착된 센서가 5분마다 혈당을 측정해 블루투스로 전송합니다. 간호사는 스테이션 대시보드를 통해 병동 전체 환자의 혈당 추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죠. 특히 ‘이상 수치 환자 리스트업’ 기능이 핵심입니다. 혈당이 급격히 변하는 환자를 상단에 배치하고 알람을 줌으로써, 의료진이 환자를 찾아가기 전에 시스템이 먼저 위험을 경고합니다.”
단순한 수치 나열이 아니다. 시스템은 24시간 및 4일 단위의 시각화 데이터를 제공한다. 의료진은 환자가 목표 범위(Target Range) 내에 얼마나 머물렀는지(TIR), 혈당 변동성(CV)은 어떠한지를 직관적인 컬러값과 아이콘으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인슐린 투약과 임상 의사결정의 ‘실시간 통합’
조 대표가 특히 강조한 부분은 인슐린 투약 관리와의 연동이다. 입원 환자 관리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이 투약 오류나 처방 지연 등임을 고려할 때, 랩커넥트 CGM LiVE의 강점은 더욱 돋보인다.
“시스템 안에서 의사가 판독 메모를 남기고 간호사가 인슐린 종류와 투약 시간, 용량을 기록하면 그 즉시 데이터 그래프 위에 매핑됩니다. 투약 후 몇 시간이 경과했는지 실시간으로 표기되죠. 이는 투약 후 혈당이 떨어지는 패턴을 분석해 다음 처방의 정밀도를 높이는 ‘임상적 무기’가 됩니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 맞춤형 치료’는 의료 사고 예방은 물론 환자의 입원 기간 단축과 예후 개선으로 이어진다. 환자가 겪는 바늘의 고통은 획기적으로 줄고, 진료의 밀도는 수십 배 촘촘해진 결과다.

조재형 대표는 아이쿱의 기술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사진제공: 아이쿱).
랩커넥트, 글로벌 표준으로 짠 ‘데이터 고속도로’
아이쿱의 기술적 정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하는 ‘허브’인 랩커넥트에 있다. 조 대표는 이를 설명하며 특유의 ‘그물 경영론’을 꺼냈다.
“혼자 낚싯대를 잘 휘두르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저는 잠수해서 들어가 낚싯대들을 가로로 엮어 그물을 만듭니다. 애보트(Abbott)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우리와 손을 잡는 이유는 우리가 FHIR, HL7 등 국제 의료 정보 표준 규격을 준수하며 데이터를 정제하기 때문입니다. 기기 제조사가 누구든 랩커넥트를 통하면 병원 EMR로 데이터가 물 흐르듯 들어갑니다.”
현재 랩커넥트는 CGM을 통한 혈당 관리에 집중하고 있지만, 조 대표의 ‘그물’은 이미 다음 단계를 향하고 있다. 향후 심부전 환자를 위한 체성분 및 심전도 데이터 연동, 인지장애 환자를 위한 디지털 인지 치료 프로그램 연계 등 다양한 스마트 의료기기와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특정 질환에 국한되지 않고 고령화 시대 필수적인 만성질환 전체를 아우르는 데이터 통합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개방성은 대웅제약과의 협력에서 빛을 발했다. 대웅제약이 판매하는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thynC)에 랩커넥트 CGM LiVE가 탑재된 것은, 아이쿱이 만든 ‘데이터 고속도로’ 위에 대웅의 영업망과 하드웨어가 올라탄 전형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로 꼽힌다.
외래부터 비대면까지 ‘헬스케어 OS’의 완성
조 대표는 이날 랩커넥트 CGM LiVE를 넘어 아이쿱이 구축한 세 가지 핵심 기둥인 ▲닥터바이스(Doctorvice) ▲신팩트(CiNFACT) ▲랩커넥트(LabConnect)를 함께 언급했다.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 플랫폼인 닥터바이스는 환자의 앱과 의사의 EMR을 연동해 진료실 안팎의 데이터를 잇는다. 이미 전국 1,000여개 병·의원이 도입하며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신팩트는 감염병 대응 및 비대면 진료 플랫폼으로, 단순 화상 진료를 넘어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S)을 탑재해 의료진의 판단을 돕는다.
결국 이 모든 플랫폼의 교차점에서 시너지가 발생한다. 조 대표는 “입원 기간 동안 랩커넥트 CGM LiVE로 정밀하게 세팅된 데이터는 퇴원 후 닥터바이스로 이어진다. 의사는 진료실에 앉아 환자가 집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진실’을 보게 된다. 환자의 기억에 의존한 데이터가 아니라, 시스템이 증명하는 ‘진짜 데이터’로 진료하는 시대가 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의 OS를 꿈꾸다… 기술의 끝은 사람을 향해야”
“우리는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의사가 더 가치 있는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버는 회사입니다. 결국 기술의 끝은 사람을 향해야 합니다.”
이같은 조 대표의 확신처럼 랩커넥트 CGM LiVE가 가져온 변화는 수치 그 이상이다. 환자에게는 채혈의 고통을 덜어주는 위로가, 의료진에게는 업무 부하를 줄여주는 효율이, 병원에는 데이터 기반의 안전이라는 가치가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뇨를 넘어 심부전과 인지장애까지, 랩커넥트라는 고속도로를 통해 흐르게 될 수많은 생체 데이터들이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을 얼마나 더 따뜻하고 정교하게 바꿀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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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청년의사 박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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